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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콘서트] Two Guitars: 박규희 x 박주원

[Review/콘서트] Two Guitars: 박규희 x 박주원

두 고수의 '기타부림'

풀잎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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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공연?!

이 두 연주자를 처음 만난 것은 코로나가 한창인 지난 6월, LG 아트센터 기획 공연에서다. 각자 솔로로 활동하던 두 정상의 기타리스트가 합동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나름 새롭게 들리기는 했지만, 기타에 그닥 조예가 깊지 않은 나로서는 ‘아, 그렇구나.’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감각으로 객석에 앉았다. 패키지 티켓 구매자로서는 응당 그러려니, 하는 마음 자세였달까. 그런데 그렇게 간 공연장에서 정말 제대로 ‘치였다’ 결국 21년 6월에 본 이 공연은 그해 내가 본 몇 십 편의 공연 중 시즌 ‘베스트’가 되었다. 뭔가 우연히 떠난 산행에서 산삼 발견하는 그런 느낌이 이런 것일까. 그야 말로 “심봤다.”

뭣도 모르는 관객이 홀딱 마음을 뺐기고 온다는 건 무얼까. 결국 그 연주가 대중적으로도 성공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가사도 없는 기타 연주. 그것도 대형 오케스트라를 끼지도 않은 오직 두 기타의 연주가 좋으면 얼마나 좋아서 ...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사실 가기 전의 내 마음도 그랬다. 집시 기타로 유명한 박주원 씨의 연주는 음반이나 방송에서 몇 번 보고 ‘와, 좋다’라고 생각한 적은 몇 번 있었다. 일본에서 주로 활동해온 박규희 씨는 언젠가 이름을 들어본 적만 있던 연주자. 하지만 공연 라이브에서 보는 감흥이 이렇게 다를지 정말 몰랐다. 게다가 클래식 기타와 집시 기타의 조화가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울 수가. 둘 다 개성이 확실한 연주 스타일과 음색, 그리고 주법을 갖고 있는데도, 정말 이것이 고수들의 조화인가 ...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달까.

두 연주자의 불꽃 핑거링

오랫동안 합을 맞춰 온 팀이 아님에도 각자의 솔로와 합주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한곡 한곡이 정말 신비로웠다. 게다가 그 둘의 ‘불꽃 핑거링’을 이렇게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새삼 느꼈지만, 아는 분야든 모르는 분야든 어떤 경지에 오른 무대는 누가 보아도 좋을 수밖에 없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심지어 어렴풋이 귀에는 익지만 잘 알지 못하는 곡도 듣는 순간 ‘정말 좋다’라는 느낌은 선명하게 받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문외한이 보더라도 확연히 느껴지는 고수의 연주 실력을 보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일이었다.

이날 공연은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에 오른 시점에 열렸다. 게스트로 예정되었던 라포엠의 유채훈 씨도 그 직전에 코로나에 확진이 되어 급히 새로운 게스트가 섭외되었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씨와 포르테 디 콰트로의 테너 김현수 씨가 급히 대타로 왔다. 대타 게스트조차도 어마어마한. 작년에도 게스트로 유채훈 씨가 왔던지라,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게스트를 만나는 것도 좋았다. 대니 구 씨도, 김현수 씨도 너무 좋아하는 분들이기 때문. 그들은 급히 섭외되어 왔다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무대를 만들어 주었다. 대니 구 씨는 매번 느끼지만, 본인이 가진 활기찬 에너지가 정말 무대 가득 넘쳐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 한번 만으로도 공연 전체 옥타브가 하나 올라가는 느낌.

이 공연에서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건, 연주자의 토크 시간이었는데 ... 연주도 연주지만, 둘의 토크도 정말 재밌다. 뭔가 엉뚱한 박주원 씨의 멘트를 박규희 씨가 재치있게 받아치고, 규희 씨가 천연덕스럽게 말을 던지면 주원 씨가 낼름 받아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랄까. 그런 의미에서 각각이 워낙에 바쁘고 너무나 인기 있는 연주자들이지만, 1년에 한 번쯤, 아니 못해도 2년에 한 번쯤은 둘이 함께 듀오 공연을 해준다면 좋겠다. 이런 조합을 볼 수 있다는 게 어디 흔하더냐.

관객으로서 이들과 동시대에 함께 산다는 즐거움이 뭔가. 이런 공연을 생 귀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바로 그것이겠지.

+

작년 이들의 공연을 처음 보고 와서, 이런 한 줄 평을 적어두었더라.

"올해의 공연. 내가 앞으로 기타를 배우게 된다면 아마도 이날의 이 공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하다. 죽기 전에 꼭 기타를 배워볼 테다.  

+

이날 프로그램을 기록의 의미로 여기에 옮겨 놓는다.

1부/

Invitation (Sargio Assad)

Un Sueno en la Floresta (Agustin Barrios Mangore)

Song for the West Seamen (박주원)

하이파 여인 (박주원)

Canatina (Stanley Myers)

Adagio from ‘Concierto de Aranjuez’ (Joaquin Rodrigo)

La Vida Breve (Manuel de Falla)

Recuerdos de la Alhamgra (Francisco Tarrega)

2부/

Bordal 1900 (Astor Piazzolla)

Be my love (Nicholas Brodszky)

얼음꽃(원제: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 (Joaquin Rodrigo)

Por Una Cabeza (Carlos Gardel)

The last Rumba (박주원)

겨울날의 회상 (박주원)

Fragile (Gordon Summer)

Entre dos aguas (Paco de Lucia)

Tico-Tico (Zequinha de Abreu)

어제 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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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공연장을 찾은 것이 어언 15년이 되었습니다. 이곳에선 그간 꾸준히 객석에서 느꼈던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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