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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뮤지컬 vs. 동화

[은하철도의 밤] 뮤지컬 vs. 동화

우리는 여전히 은하철도999를 기억한다

풀잎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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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제목

공연을 보지 않는 지인과 약속을 잡으면서 이날 시간이 되냐 마냐 일정을 맞추는 중에, 그날은 이 뮤지컬을 본다고 했더니, 대뜸 "제목 예쁘네."란 대답을 하더라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은하철도의 밤>이라니, 지금 무대에 올라가고 있는 어느 공연보다도 아름다운 제목 아닌가. 문득 독서 모임 사람들과 원작 책을 함께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난 제목만 보고서도 이 작품을 보러 갔겠구나 싶었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존재하는 미지의 공간 ... 우주. 은하 란 말은 어쩐지 꿈, 희망, 소망, 바람과 닮아있다. 실체가 잡히진 않지만, 존재한다고 확신하는 그 무엇. 그래서 '우주'와 관련된 이야기는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뮤지컬이야? 하는 물음에는 <은하철도999>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는 대답밖에 하지 못했다. 물론 나와 동세대였던 상대는 바로 '아아-'하는 대답을 했지만, 상대도 나도 솔직히 <은하철도999>에 대한 단편적 기억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책과 작품 모두를 보고 난 지금 한 가지는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다. 제목과 무척이나 닮아있는, 그런 작품이었다고 말이다. 원작도, 그리고 원작과는 사뭇 다른 뮤지컬도 말이지.

보는 순서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1) 뮤지컬을 먼저 보았다. 보고 나니, 이게 원래 책은 어땠을까 엄청 궁금해 지더라는. 그때까진 책이 뮤지컬과 많이 닮아있을 거란 생각에 이게 지면으론 어떻게 표현되었던 것일까, 그게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내내 놀라웠다. 사실 뮤지컬과 소설이 닮은 건 정말 극히 일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등장인물의 이름 정도? (심지어 주인공의 디테일한 캐릭터는 상당 부분 바뀌었다.) 그리고 소설의 스토리는 솔직히 차근차근 따라가기 너무 힘들었다. 그런 이유로 조금 시간이 흐르면 좀더 곱씹으면서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해서 작가의 정보를 찾아봤는데, 그가 에스페란티스토란 이야기를 들었다. 와. 에스페란토어를 쓰던 사람이라니 ... 정말 추억의 언어 아닌가. 이것도 정말 너무 신기하더라는. 그렇다면 혹시 일본어 원문은 어떨까? 무언가 말이 주는 아름다움이 보다 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코로나가 풀려 일본 여행이 가능해 진다면, 원문 책도 한번 사서 읽어보고 싶다. (과연 언제;;) 이 작품이 <은하철도999>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 들었는데, 결국 한국의 창작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의 모티브도 제공한 셈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동명의 제목을 가진 다른 작품이라 봐도 되려나. 아니면, 원작에 대한 오마주?

그렇게 관극-독서-관극, 이런 순서로 작품을 만났다. 아마도 모임을 하고 나면 한번 더 보고 싶어지려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또 다르게 캐스팅을 바꿔서 봐야지. 사실 두 관극이 다른 작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느낌이 달라서, 솔직히 캐슷마다 다른 특성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페어의 다른 콘셉트

초연은 3명의 조반니와 3명의 캄파넬라가 공연에 오르고 있다. 이 중 나는 2페어를 각기 배우를 바꾸어 관람했다.

박정원-박좌헌 페어의 무대를 보고 느낀 건, 무언가 조반니의 성장담을 본 느낌이었다. 아버지를 상실의 섬에서 기억의 섬으로 옮겨 모시는,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가는 조반니. 그리고 그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아버지이자 친구의 이야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지우-정상윤 페어의 무대는 조반니가 아버지와의 추억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결국 부정하고 잃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차근차근 회복하고 다시 (돌아가신) 아버지와 관계를 회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진정으로 이제 아버지를 자신에게서 떠나보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초혼과 같은? 그래서 각기 다른 두번의 관극이 무척이나 좋았다. 어떠한 경우라 해도 앞으로 혼자 남은 조반니는 그의 말처럼 더 이상 아버지와 친구가 없는 이 세상에서 '쓸쓸해도 더 이상은 슬프지 않은' 그런 삶을 살게 되리라.

꽤 괜찮은 넘버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던 넘버는 두 번째 관극에선 훨씬 더 가까이 귀에 감겼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무대 세트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얼마 전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추억은 덤으로 얻어간 즐거움이었다. 부디 오래오래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로 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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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공연장을 찾은 것이 어언 15년이 되었습니다. 이곳에선 그간 꾸준히 객석에서 느꼈던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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